규정상 보상선수를 데려오는 것은 두산의 권리지만, 문제는 하필 강승호가 '음주운전' 전력으로 논란을 일으킨 선수라는 점이다. 강승호는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에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지명되었고, 2018년 7월에는 문광은과의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공수주를 갖춘 대형 내야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프로에 와서는 자리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이 정체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승호는 지난 2019년 4월 대형사고를 저질렀다. 새벽에 자가용으로 음주운전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고, 당시 알코올 농도는 0.089%로 면허정지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강승호가 부진으로 SK 2군(퓨처스)에 내려간 지 불과 1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시점이었고, 강승호는 SK 구단 역사상 첫 음주운전 적발 사례이기도 했다. 또한 사회적으로 당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여론이 한창 높아지던 시기였다. 프로 구단들 역시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분위기에서 이런 사건이 터졌기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더 큰 문제는 강승호가 음주운전 사실을 팀에 알리지도 않은 채 모른척 퓨처스리그 경기까지 뛰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 언론보도를 통해서 강승호의 음주운전 사실을 파악한 SK 구단측은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강승호의 잘못이 단지 '우발적인 실수' 정도로 용납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다.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승호에게 90경기 출장정지 및 1000만 원 제재금, 봉사시간 180시간의 제재를 부과하였고, 이는 당시로서 KBO 사상 음주사고에 대한 최고수준의 징계였다. 그리고 KBO가 징계를 발표하고 불과 1시간 뒤 SK 구단은 전격적으로 강승호에 대한 '임의탈퇴'를 결정했다. 야구팬들도 강승호에 대한 동정여론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야구계와 언론, 팬들 역시 강승호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이후 1년여 시간이 지난 뒤, SK는 전격적으로 강승호의 임의탈퇴 해제를 신청했다. SK 구단은 임의탈퇴 이후로도 꾸준히 강승호를 관리해왔고, 선수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느꼈다는 게 해제의 이유였다. SK가 임의탈퇴 시점부터 이미 강승호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야구계 복귀 후에는 바로 KBO의 출장정지 징계가 적용됐고, 현재는 아직 26경기가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두산에 입단하더라도 2021시즌 초반까지는 나설 수 없다. 그리고 강승호는 최주환의 보상선수가 되어 아직 프로야구 복귀전을 치르기도 전에 벌써 세 번째 소속팀으로 떠나게 되는 기묘한 운명에 처했다.
두산은 왜 강승호를 영입했을까. 두산은 이번 FA시장에서 오재일과 최주환이라는 2명의 주전 내야수를 놓쳤기에 전력보강이 필요했다. 더구나 두산의 내야진은 김재호-오재원-허경민 등 30대 선수들이 주축이고 20대 젊은 선수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26세인 강승호는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고 나이로도 선수단에서 고참과 신인 선수들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연령대다. 하지만 2019년 4월 이후 벌써 2시즌 가까이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한만큼 실제로 팀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구만 고려했을 때 두산은 선수의 '개인기량'과 '사회적 이미지'까지 이중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도박을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야구를 떠나 도덕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두산 구단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선택을 내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 소속팀 SK 구단이 강승호의 임의탈퇴를 해지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도 이미 팬들의 여론은 곱지 않았고, 이번에도 두산이 하필 음주운전 경력자를 지명한 것에 대하여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바꿔말하면 젊은 선수들에게는 결국 '야구만 잘하면' 어떤 큰 잘못을 저질러도 언제든 다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빗나간 메시지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사실상 퇴출되고 올해 KBO리그 깜짝 복귀를 시도하다가 여론의 반발에 밀려 결국 무산된 바 있다. KBO는 강정호에게 1년간 유기 실격 및 봉사 활동 300시간 이행 징계라는 가볍지 않은 징계를 내리고도 오히려 솜방망이 처벌로 강정호의 복귀 기회를 제공했다는 비난 여론에 시달려야했다. 강정호가 지난 몇 년간 법적인 처벌을 받고 봉사활동 등을 이수하며 공개 사과와 반성하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은 여론의 마음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심지어 김원석(전 한화)이나 신동수(전 삼성) 등은 개인 SNS에서 반사회적인 망언을 일삼았다는 이유만으로 야구계에서 아예 '원 스트라이크아웃'식 퇴출을 당했다. 특히 두산은 이미 과거에도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 있는 김재환이나, 사생활로 큰 물의를 일으킨 임태훈같이 사회적 구설수에 연루된 선수들을 여론을 무시하면서 끝까지 감싸안았던 전력이 있다. 야구만 잘 되면 도덕불감증은 무시해도 되느냐는 비판 여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오늘날의 팬들은 야구선수들의 인성이나 사회적 책임감과 관련된 문제에 대하여 민감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물며 음주운전도 모자라 사실을 KBO와 구단에 은폐까지 하려고 했던 강승호의 죄질이 과연 이들보다 가볍다고 할수 있을까. '그 정도면 충분히 반성했다'는 기준은 도대체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
강승호가 두산에서 얼마나 잘해서 자리를 잡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선수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면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강승호가 설사 잘한다고 해도 '제 2의 김재환'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어렵고, 못한다면 못하는 대로 두산은 최악의 선택을 내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야구팬들이 보고싶어하는 것은 야구만 잘하는 기계들이 아니라, 클린베이스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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